디자이너에게 ‘관찰’은 일종의 직업병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사용자의 아주 작은 습관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고, 흩어진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하며, 형태와 색의 미묘한 차이로 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 이 모든 것이 대상을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관찰’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이 무기를 꽤 잘 다루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세상과 사용자를 향해 있던 예리한 관찰의 렌즈가, 정작 단 한 곳, 제 자신에게는 얼마나 무디고 흐릿했는지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죠.
가장 가까이 있었지만,
가장 들여다보지 않았던 대상
최근 몇 년, 제 안에서는 끝 모를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습니다. 스스로를 탓하다가 남을 원망하고, 이유 모를 불안에 휩싸여 정작 ‘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곤 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책과 영상을 찾아 헤맸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 사이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디자이너로서의 제 본능이 속삭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용자를 놓치고 있잖아. 바로 너 자신 말이야.”
저는 단 한 번도 제 자신을 프로젝트의 대상처럼 대한 적이 없었습니다.
어떤 감정이 떠오를 때 그저 휩쓸렸을 뿐, ‘이 감정은 어떤 경험에서 비롯된 걸까?’ 하고 원인을 파고들지 않았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불편함을 느낄 때 그저 회피했을 뿐, ‘사용자의 어떤 믿음이 이런 불편함을 만들까?’ 하고 분석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늘 외부로 향했던 시선을 안으로 돌려, 똑같은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습니다. ‘진짜 문제가 무엇이지?’
관찰의 렌즈를
나에게 맞추는 일
그렇게 저의 ‘관찰법’은 새로운 대상을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나’라는 가장 복잡하고 흥미로운 사용자입니다.
어떤 생각에 사로잡힐 때, 잠시 멈춰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지?’ 하고 그 뿌리를 추적해 봅니다. 그러자 잊고 있던 기억이나 나도 모르게 스스로에게 걸어둔 제약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아주 작은 실마리들을 발견하는 수준이지만, 나와 나 사이에 희미한 연결고리가 생겨나는 기분입니다.
이 블로그 ‘Observara’는 바로 그 관찰의 과정을 담아내는 실험실이 될 것입니다.
이곳에는 저 자신을 관찰하며 얻은 생각들을 가장 먼저 기록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디자이너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저만의 시선이나, 일과 성장에 대한 고민들도 녹아들겠죠. 요즘 부쩍 관심이 생긴 새로운 도전이나 부수입을 만드는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도 솔직하게 담아볼 생각입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저 역시 궁금합니다.
AI가 수없이 많은 ‘정답’을 쏟아내는 세상이지만, 저는 한 사람의 솔직한 ‘질문의 과정’이 더 가치 있다고 믿습니다. Observara는 바로 그 과정을 담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저의 서툰 관찰 기록이 당신에게도 작은 영감이 되기를 바랍니다.
